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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의 명시산책정재영 장로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3.03.27 16:31

첫사랑

예이츠

비록 흘러가는 달처럼
아름다움이라는 잔인한 종족으로 키워졌지만
그녀는 한동안은 걷고 잠깐은 얼굴을 붉히며
내가 통행하는 길에 서 있었다
그녀의 내 생각이 그녀의 몸이
신선한 심장과 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까지

그러나 그 위에 손을 놓았으나
돌처럼 차가운 심장임을 안 이후
나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았으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내가 뻗는 모든 손은 허망한 것
달처럼 흘러가고 말았다

그녀가 짓는 미소는 내 모양을 변형을 시켜
얼간이를 만들어서
여기저기를 어정거린다
모든 생각들은 텅 비어 있다
별들은 하늘의 궤도를 지나고
달이 사라지는 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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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장로, 시인, 문학평론가)

처음사랑과 첫사랑은 다르다. 첫사랑이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자연히 암시한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순수한 정서로 남는 것은 그 이루지 못한 상처가 만든 아픈 흔적에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도치법을 사용한다. 결과가 먼저 나오고 원인에 대한 해석이 뒤를 따르고 있다.

첫연에서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길거리에서 만났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길거리를 꼭 도로를 의미할 필요는 없다. 사교 모임이나 행사도 인생이라는 길로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연인을 달로 비유하고 있다. 달처럼 지나가는 대상이지만 그 달은 화자의 마음의 궤도를 떴다가 다시 지나가는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다.

사랑이란 그의 다른 작품 <술의노래>에 나오는 구절 ‘포도주는 입속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 속으로 들어온다’는 말처럼 상대의 사고와 모습이 화자의 인격체 안으로 들어옴을 말한다. 즉 그 대상의 살과 피가 자기의 사고 안에서 동일한 인격체로 동시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2연에서 자기 궤도를 지나가는 달처럼 첫사랑의 대상의 냉정함과 비정함을 노래하고 있다.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는 대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저린 연이다.

마지막 연은 사랑의 상처가 만들어 주는 비정성적인 사고와 행동의 강열함을 보여준다. 사랑은 다른 모든 사고를 텅 비게 한다. 마치 달과 별이 사라진 하늘이 모두 빈 것처럼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은 모든 것을 다 가져간 허망함의 인식을 보여준다.

처음 서로 사랑한 사람과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면 그것은 행운이자 동시에 불행이다, 행운은 그런 아픔을 오래 가지고 있음이다.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영구성이다, 한편 작품을 읽는 동안 예이츠가 이루지 못한 열모의 대상인 모드 건이라는 여인을 자연히 상상하게 한다.

부연의 말이지만 성경 계시록에서 말하는 첫사랑의 회복은 처음 사랑이다. 인간의 첫사랑은 인간적이고 세상적인 것이었다. 주님과 만남으로 그것에서 돌이켜 새로운 사랑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과 만난 후에도 다시 옛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첫사랑이 가지는 영원성의 성격 때문일까.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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