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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작정기도회강창훈 목사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3.02.27 16:04

불같은 연단의 세월

삼각산 동굴 속에서의 연단
리어카 장사를 하면서 야간에 공부를 하고 종종 공부가 끝나면 삼각산에 가서 새벽 두 세시까지 기도를 하고 바위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이고는 금방 일어나서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가곤 했다. 신학공부도 재미있고, 힘은 들었지만 장사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시장을 다니다 보니 돈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돈 버는 게 그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여차하면 가게 하나쯤 준비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 같이 느껴졌다. 응암2동에 있는 대림시장을 보니까 번데기 가게가 없었다. 그래서 번데기 도매를 할 생각으로 왕창 몇 가마니 사놓았다. 아직 연단이 뭔지 잘 모르는 철부지 신학생의 생각이었다.

산으로 기도 다닐 때 산에서 텐트를 치고 기도하거나 아예 동굴에서 작정 기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젠가는 나도 이런 곳에서 소원대로 기도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교육 전도사로 봉사하던 교회 사모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얼마동안 산 기도를 좀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시기에 사놓은 번데기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산에서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에 스티로폴 한 장과 이불 한 보따리와 녹이 슬어 고물이 다 된 석유난로 하나를 가지고 리어카 장사를 할 때 내가 전도했던 김두연 형제와 함께 평소 보아두었던 삼각산 사자바위 밑에 있는 동굴로 올라갔다. 신년초인지라 산꼭대기에는 영하15도가 넘는 찬바람이 살을 에이고 지나갔고 흰눈이 소복이 쌓여 부르심에 순종하여 올라오는 나를 말없이 황량하게 맞아 주었다.

동굴에 갔더니 구청에서 사람이 기거하지 못하도록 불을 질러서 동굴 속을 태운 뒤라 이불이 타다가 남은 것과 사방에 새까만 검정으로 꽉 차 있었다. 석유 곤로를 피워놓고 물을 데워서 꽁꽁 얼어붙은 손을 녹여가면서 내부청소를 하고 바닥에는 스티로폴을 한 장 깔고 가져간 이불을 풀었더니, 한 평도 채 못되는 좁은 동굴인지라 절반도 펴지지 않았다. 어차피 기도하고 연단 받자고 왔는데 이불이 펴지면 어떻고, 펴지지 않으면 어떠하랴! 괘념치 않고 기도시간을 정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정오에 1시간, 저녁 먹기 전 오후6시에 1시간, 밤12시에 1시간 기도하기로 하고, 시간표를 적어서 시커먼 벽에다 붙여놓고는 차디찬 겨울을 흰눈 위에서 기도로 씨름을 했다.

기도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하나님께 눈물로 회개하다가 시간이 지나 기도에 힘이 붙으면 벌떡 일어나서 두 손을 들고 외쳤다. 아무도 없어 보이는 겨울산이라 누가 들으랴 싶어 소원대로 부르짖었다.

하나님 저 밑에 보이는 서울을 주시고, 대한민국을 주시고, 오대양 육대주 온 세계를 주소서, 나라와 위정자들과,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위해서, 구원받을 영혼들을 위해서, 중보기도의 외침을 쏟아냈다.

먹을게 없어 허기진 배를 붙들고 기도하기가 너무 힘들어 허리 벨트 안에 타올을 두 장씩 집어넣고 배를 조여서 기도하다가 그래도 안 되면 눈도 주워 먹고 차디찬 냉수로 배를 채우다가 그래도 안 될 땐 소나무 잎을 뜯어서 물에 씻은 다음 씹었다. 허기진 배가 채워지기는커녕 떫디떫은 맛에 내 신세가 외롭고 슬퍼서 눈물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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