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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작정기도회강창훈 목사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3.02.20 10:23

불같은 연단의 세월

당시 상황이 급박한 터인지라, 당장 돈 벌어야 학교를 다닐 수 있었기에, 야간에 신학공부를 하기로 하고 낮엔 돈을 벌기로 했다. 사정상 장로님댁을 나와서 임시로 누나집에 잠깐 있을 때 알게된 대림교회 남자집사님에게 부탁해서 중고품 리어카를 한 대 구하고 시장에서 물건 사는 방법을 배웠다. 그날부터 새벽예배를 드린 후에 용산시장, 청량리시장, 경동시장, 중부시장을 다니면서 장사할 물건을 사 가지고 왔다.

제일 먼저 판 것이 고구마와 감자였다. 큰 자루에 담긴 것을 사 가지고 와서 리어카 위에 풀어놓고, 앞쪽에 저울을 올려놓고 오른손에는 메가폰을 들고 생전 처음으로 장사를 나가는데 얼마나 부끄럽고 쑥스럽던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누나 큰아들보고 같이 가자고 해서, 나는 끌고 그 애는 뒤에서 밀고 다니면서 메가폰을 들고 외쳤다. 감자, 고구마가 왔습니다. 어서들 나오셔서 싱싱한 감자 고구마 사세요.

학교 다닐 때 흔히들 경영학과 출신들이 사장되려면 리어카 장사부터 해야 한다고 농담 삼아 말은 해 왔지만 막상 해 보니 두 마음이 교차되었다.

한가지 마음은 그래, 목사님이 되기 위한 것인데 뭐가 창피해, 얼마나 당당하고 멋있는 삶인가! 또 한가지 마음은 어릴 때 사람들이 부잣집 큰아들, 부잣집 큰아들, 하는 소리 듣고 돈 궁한 줄 모르고 살았는데, 내 신세가 참으로 이상도하고 처량도하고 신기하게도 느껴졌다. 하나님이 아시고 첫날부터 위로하는데 감자 고구마가 금방 다 팔렸다.

아줌마들이 나와서 내 얼굴을 보고는 글쎄, 리어카 끌 총각이 아닌 것 같은데, 리어카 장사를 다 하네! 내 속으로 감자 사러 왔으면 감자얼굴이나 보고 살 것이지, 왜 내 얼굴을 먼저 봐, 그렇지만 사람 볼 줄은 아는구먼, 내가 지금은 이러고 있지만 먼 훗날 두고봐라, 내가 어떤 목사가 되나 하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예, 저는 목사 되려고 공부하는 신학생입니다. 공부하려고 그래요,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 물건 사러오는 아줌마들마다 신학생장사라고 불렀다.

첫날 이만오천원을 벌었다. 김인근 장로님댁에 몇 달 있는 동안에는 버스비도 없어서 무조건 전도하고 공짜로 차를 타고 다니고 하루 세끼 식사가 정부미 밥에다 라면 한 두 개를 끓여서 다섯 식구가 반찬으로 삼고 먹었다. 돌아서면 허기져서 찬물로 배를 채우고 살다가 하루에 금방 이만오천원을 벌다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제일 먼저 십일조부터 떼었다. 십분의 일이 넘는 3천원을 따로 봉투에 담아두고 이익금은 매일 은행에 입금을 시켰다. 매일 매일 정확하게 돈 관리를 했다. 일년 남짓 리어카 장사를 하면서 엿장사도 했고, 번데기도 삶아서 팔았고, 화장지도 팔고, 수박, 참외, 토마토, 땅콩, 오징어, 쥐포장사 등등 안 해본 것이 없이 해 보았고, 또 좀약을 봉지에 담아 버스에 올라 한참 선전을 하고 팔기도 했다.

하루는 증산동쪽으로 감자, 양파를 팔고 돌아오는데, 소나기가 퍼부었다. 길옆에 리어카를 세우고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하나님이 나를 낮추시고, 인생 밑바닥부터 경험케 하시는 섭리가 감사해서 리어카 손잡이를 붙들고 앉아서 빗속에서 통곡하며 감사의 기도를 했다.

한참 울고 난 다음에 일어나서 오는데 지금도 잊지 못할 것은 그때의 내 모습이었다. 머리는 물에 빠진 생쥐털처럼 철썩 달라붙었고, 입은 옷도 빗물에 젖어 역시 찰싹 달라붙었고 양말에 슬리퍼 신은 발걸음이 빗물에 질퍽거렸고, 옆구리에 찬 지프가 달린 국방색 돈주머니조차 빗물에 물주머니가 되어 물이 줄줄 타고 내렸다. 비에 젖은 얼굴에 다시금 눈물이 흘렀다. 흐르는 눈물과 감격 속에서 하나님 이 순간을 일평생 잊지 않고, 이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참된 종이 되겠습니다라고 결심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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