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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세습, 정당화될 수 없다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3.01.30 11:46

한국교회 대형교회들의 목회 세습이 이어지면서 교회를 향한 비난이 조롱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9월 감리교가 ‘교회세습 방지법’을 통과시키면서 한국 교회사에 획을 긋는 신선한 쾌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굵직한 교회들이 강단을 대물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감리교 ‘교회세습 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길자연 목사가 왕성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줬으며, 길 목사와 마찬가지로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이용규 목사도 최근 성남성결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했다.

이전의 광림교회나 금란교회 때도 그랬지만 교회 세습 문제가 나올 때마다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것이 구약의 제사장제도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목사를 구약시대의 제사장과 비교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기독교의 목사가 제사장적 기능은 가졌으나 제사장은 아니다. 만일 제사장이라고 우긴다면 그 목사의 집안 대대로가 목사여야 하고 그 아들도 손자도 무조건 목사여야 하는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목사는 대를 이어 계승되는 직분이 아니다. 오로지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는 ‘소명’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담임목사인 아버지보다 뛰어나고 당회와 교인들이 원하면 문제될 것 없다는 논리에 대다수 목회자들이 사로잡혀 있다. 이 또한 목회자로서의 양심과 도덕성을 저버린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세습은 이제 단순한 사회적 비판을 넘어 북한의 3대 세습과 동급으로 취급받을 정도로 한국교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교회세습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초대교회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미 4세기경에 교회세습이 문제가 되자 이를 엄격히 금지하는 금령이 나타나기도 했다. 소위 성직매매나 감독직의 세습은 초대교회 때부터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교회의 큰 과제였다. 성직자의 독신주의를 제도화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는 않다고 신학자들은 말한다.

교회세습은 교회를 설립자의 전유물로 착각하고, 공적인 가시적인 재산과 불가시적인 영적인 자원을 편취하는 범죄행위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 교회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심지어 “개혁자들의 사상을 이어받은 개신교회의 의의 정신, 공공정신, 예언자적 정신과 사도성을 파괴하는 반동적 행위이며,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불법적 쿠데타를 감행한 자들”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 여론에도 교회세습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대형교회는 물론이고 웬만한 중형교회까지 교회세습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위험한 현실 앞에 한국교회가 놓여있다. 이들은 감리교가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할 사람은 이미 다했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면서 각자 알아서 할 일을 괜히 떠들어서 한국교회가 손해보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어떤 논리와 변명에도 불구하고 대형교회의 세습은 정당화될 수 없다. 감리교가 ‘세습 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은 그나마 한국 교회의 자정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소위 장자교단이라는 장로교의 통합, 합동, 기장, 고신 등의 중심 교단들이 시대적 요청에 응답할 차례이다. 그것만이 무너져가는 한국교회를 살리고 공교회성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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