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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수정해야 할 “제명, 출교” 논란‘출교’라고 명확한 표기를 함으로써 엄중한 교회의 판결에 오남용과 혼돈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종교와 진리 | 승인 2017.09.28 19:08
김인석 목사(합신, 칼빈장로교회 담임)

사소한 실수나 착오라도 오랫동안 굳어지면 통설이 되어 바로잡기가 어렵다. 더욱이 장로교 치리회가 권징하기 위해 참조하는 법조항들은 문장의 표현은 물론이고 낱말 하나 구두점 의 유무(有無)가 전혀 다른 판단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한국 장로교 헌법 안에는 이와 같이 오래된 논쟁 하나가 있다. 이미 심정적으로는 수정(사실상 교정에 가깝다)하는 데 동의하는 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첫째, 오랫동안 굳어져 온 관행는 점 둘째, 수정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점 셋째, 중대 사건에 대한 애매한 관용의 근거로 오용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로교 치리회는 교회 안에 범죄 사건에 대하여 기소하여 재판을 하지 않고는 권징(처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장로교는 권징에 관한 모든 적법한 절차와 내용을 ‘권징조례’에 담았다. 이중 문제가 된 부분은 권징의 종류에서 “제명”과 “출교”를 하나로 볼 것인가 두 종류의 권징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각 장로교 교단 헌법마다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본 글은 이러한 착오가 발생하게 된 과정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해서 간단히 약술하겠다.

1. 한국 장로교 헌법의 유래

한국장로교의 시초는 1907년 독노회가 설립되면서 실질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1905년에 작성된 간단한 규칙을 임시로 채택하여 노회록에 수록했다. 그러나 임시로 채택한 규칙은 미비한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설립되면서 장로회정치 헌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4회 총회(1915년)는 교회정치, 권징조례 등을 출간하기로 하고 선교사 곽안력씨에게 번역을 위임했다(한국목사 참여 : 함태영, 차상진, 함율). 곽안련 선교사가 번역한 원서는 미국장로교회가 교회정치로 원용한 J.A.핫지의 “장로교회법이란 무엇인가?”(원제:What is Presbyterian Law?)이다. 본서가 『예수교장로회정치문답도례』 (조선예수교서회)라는 제목으로 1917년 출판되었고 제11회 장로회 총회는 이를 근거로 1922년 원헌법이라 불리는 교회정치와 권징조례 등을 담은 헌법을 채택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모든 장로교회 헌법의 근간이 되었다.

2. 문제의 발단과 과정에 대해서

위에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 장로교 헌법의 실질적 기원은 미국장로교 헌법의 기원이 되었던 J.A.핫지의 책이다. 그리고 1922년 원헌법이 그것을 번역하여 수정 채용한 것이라면 논란이 되는 문구에 대한 해결책은 당연히 이 두 책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두 책 모두 권징의 종류에서 “권면, 견책, 정직, 면직, 성찬참여금지, 출교(Excommunication)”와 같이 여섯 개 뿐이며, ‘제명’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권징의 종류에 변화가 발생한 시점은 1930년 헌법이다. 여기서 교회정치에 “제명, 출교”(쉼표)로 권징조례에는 “제명 출교”(띄어쓰기)로 사용되었다. 이후 1934년 판, 1954년 판, 1957년 판, 1960년 판(합동), 1966년 판(합동) 헌법에서 제명과 출교사이에 일관되지 않은 표기 방식들이 혼용되었다. 이러한 혼돈은 출교(Excommunication)가 ‘제명’으로도 번역될 수 있다는 점을 오해한 데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혹자는 인쇄 과정의 실수로 굳어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여섯 개의 권징이 일곱 개로 수정 삽입되었다고 가정할 때, 권징의 순서를 보아 제명은 출교의 직전 단계의 중한 책벌이다. 이 같은 수위의 권징이라면 당연히 수정 청원 헌의안이 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11회 총회(1922년)에서 교회정치와 권징조례등 원헌법을 채택한 후 1930년 총회까지 총회록에 ‘제명’을 권징의 한 종류로 삽입 청원한 헌의안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수정 청원 없이 권징조례가 수정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별도로 제12, 13, 14회 총회록(1923,1924,1925년)에 “명부 제명”이 등장하는 데 이 사안은 재판하여 권징한 것이 아니라 단순 행정처리로서 회원 명부에서 삭제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사례로 보건데 행정처리로서 ‘제명’을 권징의 ‘제명’으로 잘못 적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삽입 과정도 불분명하였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일제강점기에 장로교 총회(1938년)가 신사참배 가결을 하였다. 총회는 신사참배 가결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목회자들에게 ‘제명’의 조치를 취한 사례들이 발견된다. 이것은 변절한 총회가 저항하는 목사들에게 ‘면직’ 이나 ‘출교’로 책벌하기에는 부담을 느끼고 애매한 판결로 ‘제명’을 선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비슷하게 오용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한 편, 정직, 면직, 출교와 같은 중한 책벌은 당연히 시벌과 해벌 조항에 따로 명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1922년 원헌법 이후로 지금까지 모든 장로교단 헌법에는 시벌과 해벌에서 “제명”에 대한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권징으로서 ‘제명’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며 수정된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잘못된 부분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을 말한다.

3. 각 장로교단의 상황과 변화

1922년 원헌법에 나와 있는 권징의 종류를 채택하고 있는 교단은 고신측이며, 통합측은 많은 변화를 가했지만 “출교:교인명부에서 제명하여...”로 유지하고 있고, 합동측은 당회재판에서는 “제명, 출교”로, 직원재판에서는 “출교”로 달리 병기하고 있고, 합신측은 “제명, 출교”로만 기록하고 있다. 이 문제는 오래 전에 제기되었으나 최근에 합동 측에서 “제명”과 “출교”를 하나로 묶어 “제명출교”로 수정하는 헌법수정안이 상정되어 있고 합신 측에서도 같은 이유로 수정 청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그동안 잘못 적용되었던 부분을 이제 바로 잡는다는 의미가 있다.

4. 정리

권징의 종류에 대한 이와 같은 논란은 신학적으로 큰 이슈가 될 만한 일이 아니다. 또한 많은 논의를 거쳐서 수정해야 할 만큼 복잡한 사안도 아니고 단순히 ‘교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삽입의 과정이 불분명하고 근거도 희박했으며 그 용도는 과거 일제강점기나 현재도 남용 혹은 오용되는 사례들을 낳고 있다. 면직이나 출교에 해당되는 범죄라고 판단했음에도 ‘제명’이라는 미명아래 사실상 가벼이 처리하는 사례들이 있다면 이는 더 큰 잘못을 범하게 만든다.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차제에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행정처리는 ‘제명’ 혹은 “명부삭제”로 표기하고 권징조례는 ‘제명출교’로 할 것이 아니라 ‘출교’라고 명확한 표기를 함으로써 엄중한 교회의 판결에 오남용과 혼돈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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